손은일 교수 칼럼 강구연월(康衢煙月)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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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02-02 첨부파일 다운로드 권한이 없습니다.











강구연월(康衢煙月)을 꿈꾸며


 


 손은일(한국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hspace=10돌이켜보면 2009년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이 아주 적절했다고 본다. 2009년의 주요 사건·사고를 보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신종플루 유행 미디어법 논란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미네르바 사건 쌍용자동차 파업 등 아직도 우리 생각을 붙잡고 있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교수신문이 2009년 한 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


 


방기곡경은 일을 정당하고 순탄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교수들의 이유를 보면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의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한다”면서 “한국의 정치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한 사자성어”라고 이유를 밝혔다. 유난히 갈등과 대립이 심했던 한 해였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화이부동이란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라고 했으니 군자는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해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동반자로 인정하는 사랑과 용서의 자세를 견지하여 이념과 계층 간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의견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귀 기울여 들으면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지혜를 실천하여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상생과 협력의 공존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다행스런 것은 타협과 양보를 실천하는 노력들이 각계각층에서 일어나 용산참사 해결에서 보듯이 소통과 화합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로 화이부동을 실천함으로써 방기곡경을 강구연월(康衢煙月)의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태평성대를 일컫는 강구연월이 교수신문에 의해 2010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 ‘번화한 거리에 안개 낀 흐릿한 달’을 뜻하는 말로 태평성대의 풍요로운 풍경을 말하는 강구연월은 ‘열자’ 중니편에서 요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를 표현한 말로 처음 쓰였다. 강구연월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교수들은 “지도층은 요임금처럼 국민들에게 강구연월의 세상을 만들어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서 “2009년은 세종시 4대강 사업 북핵 문제 등으로 조용한 날이 없었지만 밝아온 2010년에는 분열과 갈등이 해소돼 강구연월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면 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아직 산적한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의 염원을 담아 반드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우리 모두가 풍요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서민이나 중소기업 지방이 체감하는 강구연월의 세상을 기대해 본다.

 

2009년은 지나갔고 이제는 희망찬 2010년이 밝았다. 올해는 한일병합 100년 6·25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 6·15남북 공동선언 10주년 등 의미 있는 사건들의 기념일이 이어지는 역사적 의미도 크다. 또한 ‘2010 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이념 계층 사회의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강구연월의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소망해 본다. 강구연월은 단순히 사자성어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바라는 바임을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출처 : 경남신문 2010년 1월 25일